Book Review/경제·경영

사장으로 산다는 것

furyosa 2016. 12. 25. 21:36

사장으로 산다는 것

작가
서광원
출판
흐름출판
발매
2005.12.14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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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속은 타도 웃는다

2  누군들 냉혹한 인간이 되고 싶으랴

3  사장, 고독한 일인자

4  밤새 홀로 불을 켜고 있는 등대

5  기다리는 고통

6  솔선의 어려움, 수범의 고통

7  고독한 의사결정

8  나도 때로는 월급쟁이이고 싶다

9  CEO의 속마음 다섯 가지

10 CEO의 시계는 초()로 흐른다

11장 그라운드의 CEO, 감독이라는 자리

12장 리더, 그들도 사람이다

불안해도 웃고, 기분이 나빠도 웃는다

한 조직의 리더는 그 조직의 얼굴이며 마음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100명의 직원이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 좋게 출근했다 해도, 한 사람의 리더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으면 사무실의 분위기는 리더의 인상과 같아진다. 잘 나가는 회사 사장과 안 되는 회사 사장의 차이도 결국은 여기서 시작된다. 참고로 잭 웰치는 GE의 연수원인 크로톤빌을 방문할 때마다 ‘A등급의 직원을 정의하는 자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열정이라는 대답이 나오면 활짝 웃었다고 한다. 또 그는모든 승자가 공통적으로 가진 특성이 열정이고, 열정이야말로 승리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차이이며, 열정은 목소리 크기 혹은 화려한 외모와는 상관없이, 내면 깊은 곳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아무리 어려워도 리더는 내색할 수 없다. 속이 타도, 분노가 끓어도, 죽을 만큼 괴로워도 웃어야 한다. 마음 편하게 소주 한 잔 기울일 상대를 찾아 수첩을 뒤적여보지만, 전화를 걸 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다. 혹시나 하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을 검색해보지만, 역시 적당한 이름이 떠올라주지 않는다. 그때의 낭패감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일은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지만, 타는 속을 식혀줄 그 무엇이, 그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에 파묻히게 되어 고독해지고, 고독하다 보면 단 하나라도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완벽주의에 다가서게 된다. 한 번 두 번 이런 순환을 되풀이하다 보면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앞에 쌓이지만, 그래도 여유로워야 한다. 아니, 여유로운 척이라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리더가 여유를 잃으면 부하들은 사기를 잃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라는 적 / 사장들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

외로움은 리더가 앓아야 할 병이다. 아니다. 리더가 감내해야 할 형벌일지도 모른다. CEO가 된다는 것은 혼자가 된다는 것인데,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입성한 웹젠의 김남주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사장이 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내 사무실이 생긴 것인데, 그러다 보니 직원들한테 왕따당하기가 쉽다. 그래서 보고나 협의 차 오는 직원들이 있으면, 단 몇 분이라도 붙잡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 노력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범한 답변이지만, 느껴지는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

 

한편 요즘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과장급에서 CEO 후보자를 비밀리에 선발하곤 하는데, 어느 기업에서는 후보 선발의 기본 요소로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가라는 항목에 상당한 가산점을 준다고 한다. 왜냐하면 외로움을 혼자 삭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나댈 경우, 부작용이 생겨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인데,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많은 리더들이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려고 술과 색을 가까이 하다 망가졌지 않은가.

 

참고로 그들은 마음에 들끓는 크고 작은 고민거리를 누구와 상의할까? 아내나 남편? 경험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아무리 살을 맞대고 사는 부부라도, 어느 때건 흔연히비즈니스와 인생을 논하는 대화 상대가 되어주지는 않는다. 그럼 친구와 선후배는? 그들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CEO에게 가장 좋은 대화 상대는 도대체 누구일까? 사견이지만 아마경쟁자가 아닐까 싶다. 경쟁자는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CEO가 넋 나가지 않고서야, 또 다른 나를 상대로 모든 고민을 시시콜콜 털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대화 상대는? 결국은 자신밖에 없다. 고립무원. CEO들은 그렇게 홀로 남겨진다. 이런 상황에서동구 밖 단골 술집은 심신이 지친 일인자들에게 어쩌면 정신적인 보금자리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의도 없이 자신을 반겨 맞고(물론 그 반가움도 돈으로 사는 것이긴 하지만) 무작정 얘기를 들어주는, 어쩌면 그것이 심심풀이 땅콩 같은 얘기일지라도 웃음으로 들어주는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CEO와 직원은 종류가 다른 인간이다

“1년 동안 CEO를 하면서참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CEO가 되기 전 여러 부서를 거쳤고, 그러다 보니 은연중에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경계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또 일을 다 안다고 생각하니, 지시를 내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도 정말 고통스럽더군요. ‘하루면 될 성부른데 왜 일주일이 걸리나와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담당 직원에게 전화 한 통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참아야 하는 것도 힘든 일 중 하나였습니다.”

 

사장은 마치 자식을 키우듯 직원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한편 CEO와 직원은 사실상 다른 종류의 인간인데,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은 “CEO는 임원일 때와 달리, 사람과 조직에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한 위임)하는 자질을 키워 주어야 합니다. 자기가 다 아는 일이라도, 아랫사람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소신을 가지고 일하게끔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부하들의 시행착오를 참아내지 못하면, 본인의 성장은 물론 부하의 성장, 나아가 조직과 회사의 성장도 점점 멀어질 수 있다.

솔선수범의 제1원칙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을 자기가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 일인가.

 

정이 가는 직원

조직에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 가는 사람이 오히려 더 빨리 성장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독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보다, 윗사람의 조언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람, 상호 의견 교류를 통해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가는 것이다. 참고로 오늘날 상사의 업무는 복잡하고 과중해서 혼자 힘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데, 이럴 때 아랫사람이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사를 큰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재료로 삼으라는 얘기다. 바야흐로 CEO 노릇하기도 어렵지만 부하 노릇하기도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12   리더, 그들도 사람이다

 

서운하고 섭섭하다

리더이기에 먼저 알아주고 먼저 챙겨주고 더 많이 고생해야겠지만, 그런 리더의 고충도 만만치 않음을 직원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다. 리더라고 자존심이 없을까. 아니다. 리더십 분야의 대가인 워렌 베니스는좋은 리더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당신의 자존심을 집에 두고 나오는 것이다고 했다. 불우한 젊은 시절, 시정 무뢰배의 가랑이 밑을 기었던 한신처럼 숙여야 할 때 숙일 줄 알아야 한다. 용기 있고 앞을 보는 리더는 아래로도 굽고 위로도 굽는데, 그럴 때 속으로 흘리는 눈물은 리더의 마음을 담금질하는 냉각수가 된다. 리더라는 자리는 이런 눈물과 고통 속에서 다져지고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리더 증후군

그 양반, 사장되고 나더니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 부장 때만 해도 부하에게 먼저 인사할 정도로 부드러운 사람이었는데. 요즘 너무 심해.” 샐러리맨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리더나 CEO들이 죽기보다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사실 본인들도 괴롭다. 어느 순간 너무나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증상은 더 심해진다.

 

한편 야심차게 생각하고 추진하려던 일이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치거나 또 그런 장애물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 리더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되는데, 그렇게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는 날들을 거듭하면서 리더는 네 가지 유형 -악해지면서 강해지거나(-), 악해지면서 약해지거나(-), 부드러워지면서 강해지거나(-), 부드러워지면서 약해지는(-) - 중 하나가 된다고 한다. 중 살아남는 유형은 첫 번째 유형인-과 세 번째 유형인-뿐인데, ‘-은 독재를 낳고, ‘-은 통치로 이어진다. 그러나 살아남는 리더의 유형은 오로지 리더 혼자만의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같이 가는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에 의해 리더가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CEO도 인공호흡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못 합니다. 결국은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핵심 인재)이 있어야 해요. 향후 4,5년 동안 (사람) 준비를 못하면 영원히 뒤쳐지게 될 겁니다. 그런데 사람이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사업 가지고는 안 돼요. 시대는 변하는 거니까. 근데 이거(지금까지 해온 사업) 할 사람은 그런 대로 있는 것 같은데, 이걸 더 발전시킬 사람, 새로운 걸 할 사람이 안 보여요. 만나보면 모두들 걱정이 태산이라고들 합니다. 절박한 거예요. 고민입니다.” 언젠가 만난 한 중견그룹의 오너 회장은 뜻밖에도 긴 한숨을 내쉬며 위와 같은 속내를 드러냈다. 기업이란 살아남아서 지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속하려면 모든 상황에 신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날마다 혁신을 외치고 조직 구조를 들썩거리고 밤낮으로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굼벵이 같은 조직으로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독단과 고민 사이

리더는 맨 먼저 자신과 싸우고, 세상과 싸우며, 맨 마지막에 다시 자신과 싸운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대개 자기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인간적인 매력도 많았지만 약점도 적지 않았던 처칠은, 시간이 나면 방음장치가 된 하원의 자기 방에 홀로 있기를 좋아했는데, 침묵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했던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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