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경제·경영

왜 분노해야 하는가

furyosa 2020. 4. 8. 19:50

왜 분노해야 하는가

작가
장하성
출판
헤이북스
발매
201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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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 :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



1. 기적에서 나락으로

고도성장과 더불어 성장의 과실이 비교적 공평하게 향유되던 기적은 오래되지 않았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불평등은 악화되기 시작하더니, 그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소득 분배의 균형은 완전히 상실되었고,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해진 나라가 되었다. 아직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성장율이 가장 높은 나라 이지만 회원국중에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일뿐 아니라 혁명적인 변화가 없는 한 반전될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이미 구조화 되었다.

 고도 성장과 공평한 분배라는 두 가지 기적은 사라지고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불평등 악화라는 두 가지 재앙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 성장 지상주의자들의 낙수 효과는 허구로 판명났다.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보통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그리고 가파르게 악회되어 온 결과다. 이런 상황이 왜 교정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되었을까 ?


3. 이 책의 화두 세 가지

1) 한국은 왜 불평등해졌는가 ?

2) 한국의 현실에 기초한 불평등을 극복할 방안이 무엇인가 ?

3) 지금의 불평등한 한국을 누가 바꿀 수 있는가 ?


왜 불평등해졌는가 라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답을 구해야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대안에 대해서 제대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3-1. 왜 불평등해졌는가 ?

경제적인 불평등은 '가진 것'의 차이와 '버는 것'의 차이로 구분한다.

한국은 재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원인이 아직은 아니다. 절대 다수의 국민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 것은 재산 불평등보다는 '버는 것'의 격차. 즉 소득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소득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고용 불평등이다.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는 고용 불평등과 기업 간 불균형이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는 절대원인인 것이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0 % 수준이다. 1980 년대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90%가 넘는 수준일 정도로 격차가 작았는데, 지난 30년 동안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100 대 재벌이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 % 에 불과한 반면 중소기업은 72 % 이다. 

재벌 100대 기업은 한국 모든 기업의 순이익 60%를 차지한 반면 중소기업은 35% 불과하다.



3-2.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기존의 논의들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재분배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기초적인 복지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GDP 대비 복지 예산의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극도로 불평등한 원천적 분배를 그대로 두고, 사후적으로 교정하는 재분배만으로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재분배 이전에 원천적 '분배'의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것이 보다 더 시급하고 근본적인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이다.

원천적 분배, 즉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도대체 누가 성장의 성과를 차지한 것인가 ?

일반 국민들은 고소득층이 성장의 성과를 독차지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이보다는 압도적으로 많은 몫을 기업이 가져갔다. 정확하게는 대기업이 가져갔다. 경제 성장의 성과가 가계, 즉 국민에게 분배되지 않고 대기업이 소유하는 기현상이 한국의 현실이다.


기업이란 소득이나 소비의 궁극적인 주체가 아니다.

경제성장의 성과를 대기업이 가져갔기 때문에 국민이 잘살게 되지 못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지표에서 나타난다. 첫째, 국민총소득 중에서 가계소득으로 분배된 몫이 줄어든 것이고, 둘째는 줄어든 가계소득의 몫이 그대로 기업소득의 증가로 이전된 것이다.

그런데 기업은 투자를 늘린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저축을 늘렸다. 기업 부채는 줄어들고 가계부채는 늘어났다.


임금분배구조, 고용구조 그리고 기업 구조를 개혁하는 정책이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의 복지예산을 늘리는 재부분배 확대만으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



3-3. 누가 바꿀 수 있는가 ?


누가 세상을 바꿀 것인가를 논의 하려면, 먼저 누가 지금과 같은 세상을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세상은 스스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주도하는 세력과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청년세대들이 희망을 포기할 정도로 불평등한 한국을 만든것이며, 오랜 세월동안 세상이 그렇게 되도록 방치한 책임은 누가에게 있는가 ?


불평등을 만든 직접적인 책임은 재벌 대기업에 있다. 재벌 대기업이 불평등한 나라를 만들도록 방치한 책임은 청년세대의 부모인 기성세대에게 있다. 기성세대는 자신이 청년일 때부터 지금까지 지난 20년 이상을 사회의 중심으로 한국을 이끌어왔다. 그 결과로 이제 한국은 불평등한 나라, 청년세대에게서 희망을 빼앗아가는 나라가 되었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가 만들어준 세상의 틀에 자신을 맞추어가면서 아파하고 희망을 포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에게 그들을 경쟁으로 몰아넣고 비정규직, 저임금 그리고 실업의 굴레를 씌워주고 있다. 


청년세대의 아픔은 결코 스펙 쌓기와 자기계발, 긍정과 힐링으로 치유될 수 없다. 내가 치유된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나의 아픔을 대신 감내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픔은 세상을 바꾸지 않고서는 치유될 수 없다. 청년세대가 스스로 이를 깨닫고 자신만이 아니라 세상을 힐링하는 데 나서야 한다. 혼자서 긍정의 최면을 걸고 자기계발의 노력을 하면 극복된다는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

*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 세대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 청년세대에게 강요된 틀에서 무조건 순응하지 말고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한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청년세대의 분노는 정의롭지 않은 한국의 현실을 바꾸는 시작점이다. 모든 행동은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 지금의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아픔을 적어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청년세대는 부모처럼 자식만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하는데 그치지 말고 자식의 친구들 모두에게, 자식 세대에게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


세상은 저절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의 불평등한 한국의 현실도 힘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과 그들의 조력자들의 의도로 설계되고 실행된 결과이지 시장에서 스스로 진화한 결과가 아니다. 우리가 현실에 순응하고,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이 나락으로 추락한 것이다. 청년세대만이 아니라 기성세대도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함께 분노해야 한다. 불평등한 불의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음까지 노예가 되는 것이다.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이 함께 분노하고, 기성세대가 세상을 바꾸려는 청년세대에게 응원을 보낸다면 한국은 정의로운 사회라는 또 한 번의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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